[책소개]
이탈리아 원문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책이다. 미국과 유럽에 걸쳐 영화이론의 틀을 잡게 되는 2차대전 이후 영화이론을 총체적으로 다루며, 역사적인 동시에 인식론적인 전망을 보여준다. 영화 초창기부터 누벨바그를 거쳐 동시대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영화미학의 역사와 연관된 이론에는 인식의 현상학, 대중사회학, 영화기호학, 영화관객에 대한 정신분석이론, 사회문화적 역사, 스펙터클의 이데올로기 등이 있다. 이 이론들은 존재론적 논쟁과 거기에 이어지는 방법론적 또는 해석학적 관점에 따라 영화를 사유한 흐름 속에 내재한다.
다양한 콘텍스트 속에서 영화 이론의 흐름을 보여주며, 지난 50년간 영화이론의 모든 접근방식을 다룬다. 풍부한 해설과 주석, 상세한 설명을 통해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도록 해주며, 오늘날 영화를 접하는 우리의 입장과 사고를 한층 풍부하게 만드는데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영화사를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데 사용되는 텍스트로, 또 문화에 관한 사회학적 성찰의 영역에서 『현대 영화 이론』이 활발하게 활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차례
제1장 전쟁 이후 영화이론: 세 가지 패러다임, 세 부류의 주역
제2장 영화와 현실
제3장 영화와 상상계
제4장 영화와 랑가주
제5장 매개체: 새로운 감각의 출현
제6장 방법론적 이론
제7장 영화 심리학
제8장 영화 사회학
제9장 영화 기호학
제10장 영화 정신분석학
제11장 영역 이론
제12장 정치, 이데올로기, 교차
제13장 재현, 재현되지 않는 것, 재현할 수 없는 것
제14장 이미지, 장르, 차이
제15장 텍스트, 사유, 사회
제16장 문화, 예술, 사유
제17장 역사, 영역별 역사, 역사서지학
제18장 결론: 영화와 이론
참고문헌
용어 대조표
인명, 잡지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저자 서문 : 들어가는 말
이론 없이, 예술은 결코 위대한 예술이 될 수 없다.
- 벨라 발라즈(Bla Balsz) -
이 책은 1945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구체적으로 사유되고, 규정되며, 연구되고, 관찰된 다양한 영화 이론의 형태를 세세하게 검토한다.
최근 들어, 영화 이론은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귀도 아리스타르코 Guido Aristarco의 선구적 저서인 〈영화 이론사 Storia delle teoriche del film〉 (1951년 출간, 1963년 재판)가 나온 이후, 1970년대부터 영미권에서 다양한 재간본과 사설 모음집, 논문집이 출간된다. 이러한 저술 가운데, 특히 주목을 끄는 저서는 앤드류 터돌 Andrew Tudor의 소책자(1974)와 집약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브라이언 헨더슨 Brian Henderson의 책(1980)이다. 노엘 캐롤 Noel Carrol의 논쟁적인 책 두 권(1988a, 1988b)과 특히 더들리 앤드류 Dudley Andrew의 거대한 두 파노라마, 즉 ‘고전’ 이론에 관한 책(1976a)과 현대 이론을 언급한 책(1976b)도 특별한 경우이다. 또한 자크 오몽 Jacques Aumont, 미셸 마리 Michel Marie, 마르크 베르네 Marc Vernet, 알렝 베르가라 Alain Bergala가 공저한 지극히 개인적이며 효율적인 종합서(1983년 출간, 1994년과 1999년에 재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차드 다이어 맥캔 Richard Dyer MacCann의 저서(1966) 그리고 제럴드 매스트 Gerald Mast와 마르샬 코헨 Marshall Cohen의 공저(1974년, 1979년과 1985년에 재판)도 중요한 성과물로 인정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빌 니콜스 Bill Nichols의 책 두 권(1976년과 1985년)과 필립 로센 Philip Rosen의 저서(1986)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다. 또한 잡지에 발표된 수많은 논문1과 토론의 특별한 순간을 재구성한 대담2도 고려할 만하다. 이탈리아 저서 중에는, 알베르토 바르베라 Alberto Barbera와 로베르토 투리글리아토 Roberto Turigliatto의 공저(1978)와 무성영화시기에 중점을 둔 지오바나 그리냐피니 Giovanna Grignaffini의 책(1989)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논문의 성격을 띤 잡지 중에서는 이론적 연구의 진정한 ‘현주소 etat des lieux’를 살펴본, 1983년에 창간된 ≪아이리스 Iris≫의 1호와 2호를 주목해야 한다. 또한 영화의 역사적, 정신분석학적, 기호학적 접근의 관점에 초점을 맞춘 ≪오르 카드르 Hors Cadre≫의 8호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저자 서문 : 들어가는 말
이론 없이, 예술은 결코 위대한 예술이 될 수 없다.
- 벨라 발라즈(Bla Balsz) -
이 책은 1945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구체적으로 사유되고, 규정되며, 연구되고, 관찰된 다양한 영화 이론의 형태를 세세하게 검토한다.
최근 들어, 영화 이론은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귀도 아리스타르코 Guido Aristarco의 선구적 저서인 〈영화 이론사 Storia delle teoriche del film〉 (1951년 출간, 1963년 재판)가 나온 이후, 1970년대부터 영미권에서 다양한 재간본과 사설 모음집, 논문집이 출간된다. 이러한 저술 가운데, 특히 주목을 끄는 저서는 앤드류 터돌 Andrew Tudor의 소책자(1974)와 집약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브라이언 헨더슨 Brian Henderson의 책(1980)이다. 노엘 캐롤 Noel Carrol의 논쟁적인 책 두 권(1988a, 1988b)과 특히 더들리 앤드류 Dudley Andrew의 거대한 두 파노라마, 즉 ‘고전’ 이론에 관한 책(1976a)과 현대 이론을 언급한 책(1976b)도 특별한 경우이다. 또한 자크 오몽 Jacques Aumont, 미셸 마리 Michel Marie, 마르크 베르네 Marc Vernet, 알렝 베르가라 Alain Bergala가 공저한 지극히 개인적이며 효율적인 종합서(1983년 출간, 1994년과 1999년에 재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차드 다이어 맥캔 Richard Dyer MacCann의 저서(1966) 그리고 제럴드 매스트 Gerald Mast와 마르샬 코헨 Marshall Cohen의 공저(1974년, 1979년과 1985년에 재판)도 중요한 성과물로 인정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빌 니콜스 Bill Nichols의 책 두 권(1976년과 1985년)과 필립 로센 Philip Rosen의 저서(1986)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다. 또한 잡지에 발표된 수많은 논문1과 토론의 특별한 순간을 재구성한 대담2도 고려할 만하다. 이탈리아 저서 중에는, 알베르토 바르베라 Alberto Barbera와 로베르토 투리글리아토 Roberto Turigliatto의 공저(1978)와 무성영화시기에 중점을 둔 지오바나 그리냐피니 Giovanna Grignaffini의 책(1989)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논문의 성격을 띤 잡지 중에서는 이론적 연구의 진정한 ‘현주소 etat des lieux’를 살펴본, 1983년에 창간된 ≪아이리스 Iris≫의 1호와 2호를 주목해야 한다. 또한 영화의 역사적, 정신분석학적, 기호학적 접근의 관점에 초점을 맞춘 ≪오르 카드르 Hors Cadre≫의 8호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저작물은 영화이론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오늘날 어떤 식으로 더욱 강화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의 내용도 이런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몇 가지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1945년부터 현재까지, 즉 50년간의 연구를 살펴볼 것이다. 카누도 Canudo, 엡스텡 Epstein, 에이젠슈테인 Eisenstein, 발라즈 Balasz, 아른하임 Arnheim 등은 전쟁 이전의 고전영화이론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하지만, 전쟁 이후에는 영화분석의 새로운 관점과 형태가 대두된다.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는 이전 시기만큼 깊이가 있으며, 또한 여러 측면에서 볼 때 토론의 구성과 다양화를 통해 이전 시기의 논의를 더욱 확장한다.
두 번째로, 이 책은 개별적 기여보다는 오히려 성찰의 영역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물론 이론가 개개인의 사유도 중요하지만 널리 유포된 관심, 입장, 검증된 콘텍스트 속에서 사유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콘텍스트를 강조할 것이며, 각 연구자의 공헌은 단체나 연구그룹으로 묶어 검토할 것이다.
세 번째로, 이 책은 이전에 논의되지 않았던 이론을 원하는 추상적인 사유나 지적 담론 속에서 흔적을 찾으려는 자기만족적인 사유와는 거리가 먼 영화이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동시대의 인식론은 ‘과학이론 theorie scientifique’이란 개념을 재정의함으로써, 위의 두 가지 장애를 극복하게 해줄 것이다. 이론은 경험적 내용을 수용하는 엄격한 양식과 아주 잘 정의된 개념의 틀이 두 형식 속에서 단순히 소수의 가정(假定)에 근거한 형식적 장치로는 더 이상 논의되지 않는다(나젤 Nagel). 오히려 이론은 몇몇 현상의 기능과 의미를 이해하도록 허용하는 추측으로서(포퍼 Popper), 또는 과학 공동체 전체가 공유한 사고방식이 효율적이라고 간주하는 사고방식으로(쿤 Kuhn) 검토된다. 따라서 이론은 공리적 구성 체계를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론이 세계를 설명하는 방식은 공유된 지식에 따라야 한다.3
이런 논리에 의거해 영화이론을 요약하면, 이론은 연구할 현상이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연구의 조직적이며, 명백하고, 제약적인 자기주장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이 정의는 총체적이면서도 이 책의 연구 방향과 목적을 명료하게 밝혀준다. 영화이론은 시기별로 다양한 면모를 띤다. 설득력 있는 예증이나 원칙적 증거에 입각한 ‘영화는 …이다’로, 맹목적인 희망이나 입장 표명인 ‘영화는 …될 것이다’로, 가정적인 경향이나 학파의 옹호적 성격을 띤 ‘영화는 …일지도 모른다’로, 체계적 탐구나 전체적 분석인 ‘영화는 …처럼 보인다’로, 개인적 강독 및 세밀한 분석인 ‘영화는 …라고 판단된다’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담론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취하는 다양한 형태가 아니라, 일관성ㆍ명확성ㆍ필요성에 근거한 가정을 표현하는 담론의 역량에 있다. 특히 연구 그룹에 의해 논의될 수 있고, 공유된 지식이어야 한다.
실제로, 어떤 자기주장이 단순한 지식의 표명을 넘어서서 공유 자산 patrimoine commun처럼 드러난다면, 그 주장은 이론적 영역으로 자리 잡는다. 다시 말해 연구를 인도하고, 개개인의 관찰과 연관되며, 산만한 직감을 통합하거나 반복되는 질문을 밝혀내는 주장이 총체적 지식처럼 간주되려면, ‘집단적 관점’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론은 토론의 동기점이나 일치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론은 다소 한정적인 연구자들이 진행하고 재검토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론은 어떤 현상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모델이 된다.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런 연유로 본 연구는 특히 시적 詩的인 이론, 즉 어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이론화한 경우를 연구하거나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전체 연구의 윤곽을 확립하거나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영화이미지로 이론이 제기될 경우는 다룰 것이다.4 우리는 오랫동안 ‘토의한’ 연구들을 우선적으로 다룰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론적 지위를 보장하는 지식의 생산효율성 productivite이다.5 반복해서 말하자면, 이 책은 개별적인 공헌보다는 연구 영역이나 전개방식, 연구의 역동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
앞에 제시한 이론의 정의는 이 책의 연구방향을 분명하게 해준다. 첫째로 우리는 다양하게 개입된 내용에 주목할 것이다. 영화에 대한 사유가 어떤 식으로 표현되고, 어떤 측면에서 강조되며, 어떤 문제가 분명히 드러나는지 검토할 것이다. 둘째로 연구의 차별화된 방식에, 예를 들어 연구 동기, 연구 도구, 활용된 전략, 연구와 연관된 전통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둘 것이다.
이를 크게 나누어보면, 전자는 영화에 대해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이고, 후자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이다. 더 정확하게, 전자는 연구자가 제시한 영화이미지 image du cinema이고, 후자는 연구자가 선택한 성찰의 유형 types de reflexion이다. 따라서 후자는 전자의 접근방식과는 종종 구별된다. 만일 전쟁 이후에 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론가가 영화에 부여한 특질이 아니라 영화 담론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실질적으로, 담론의 이론적 지위는 그것이 속하는 ‘양식 genre’이 아니라, 그것을 규정하는 양식, 즉 이론적 ‘형태 type’로 규정하는 ‘양식 genre’에 달려 있다.
우리의 연구를 신뢰한다면, 이런 요점을 근거로 필자는 이 책이 두 가지 연구 영역에서 활용하기를 희망한다. 우선적으로 이 책이 총괄적인 영화사에 기여하기를 원한다. 영화사는 오랫동안 단순히 미학적으로 평가된, 작가세계와 비교된 혹은 문화적 콘텍스트와 연관된 영화작품 films의 역사가 더 이상 아니다. 오늘날 영화사는 세 가지 대상으로, 즉 영화제작과 배급에 연관된 산업적인 ‘기계적 체계 machine’로6, 영화에 대한 이해와 소비에 연관된 심리적인 ‘기계적 체계’로, 영화작품을 밝혀내 가치를 부여하려는 담론적인 ‘기계적 체계’로 여겨진다. 비평과 마찬가지로 이론은 세 번째 영역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왜냐하면 이론은 영화에 대해 어떤 사고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이런 사고에 접근하려는 작품을 지지하며 또한 영화를 이론화할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삼으면서 영화 존재, 그 자체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 50년간의 영화 이론사를 살펴보면 영화사를 움직인 ‘사유들’, 즉 영화가 직면했던 가치, 영화에 일임된 의무, 영화와 비교되는 의사소통적 혹은 예술적 사실 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이론은 사회적 지식의 산물이다. 이론은 연구를 통해 주어진 현상 속에서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그룹이 바라보는 대상을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본다 voir’라는 행위는 이중적 가치를 지닌다. 이해된 양상은 어떤 것이며, 이런 양상이 왜 그렇게 이해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하나는 사물의 ‘외관 apparence’이고, 다른 하나는 사물이 관심을 끄는 이유와 연관된다. 이런 점에서 영화이론은 사회가 어떻게 영화를 사유하는지 그리고 왜 영화에 관심을 두는지 명백하게 밝혀준다. 또한 영화이론은 이런 현상이 집단적으로 드러나는 형태 또는 공유된 집단적 관점을 밝혀준다. 이런 두 가지 양상은 이론이 제안하는 지식의 사회성을 강조한다. ‘전문가’ 그룹 또는 비전문가 그룹이 영화를 바라보는 방식을 이론화한다면, 이론은 그 자신이 판별한 것, 즉 우리가 영화에 대해 갖게 되는 사회적 지각작용 perception sociale을 드러내 보인다. 또한 마찬가지로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관찰자적 관점, 즉 현상에 기저하는 사회적 존재조건들 conditions d’existence sociale을 드러내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문화에 관한 사회학적 성찰에도 유용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목적은 체계적인 전개를 요구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론이 제안한 영화이미지를 사회적 공간 속에서 폭넓게 순회하는 이미지와 비교해야 하고 때로는 대중잡지, 통속서적, 신문서평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소 유사한 영역인 연극, 문학, TV와 같은 이미지와 비교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이론에 의해 실행된 성찰의 유형을 다른 영역에서 작동하는 사유의 형태와 비교해야 하며, 또한 다양한 학술이론 중에서 또 다른 방식의 이론으로 혹은 다양한 사회적 지식으로 표명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론에 의해 이행된 실천과 함께 영화를 둘러싼 또 다른 실천, 예를 들어 비평적 실천, 문화ㆍ정치적 실천, 마케팅의 실천 등을 비교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검토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몇몇 전개 단계를 살펴볼 것이다. 언급된 연구자가 제한적일지라도, 우리의 연구는 풍부함으로 (연구의) 한계를 넘어설 것이다.
이 책의 범주는 분명하다. 우리는 전쟁 이후 50년간의 이론적 토론을 근거로 그것의 의미 sens와 본질적인 분절 articulations을 명확하게 밝힐 것이다. 또한 연구 내용과 양태를 재검토하며, 제안된 영화이미지와 채택된 성찰의 유형을 분명하게 드러낼 것이다. 특히 우리는 개별적 공헌보다는 오히려 토론의 틀 cadre du debat에 초점을 둘 것이다.7 따라서 우리는 두 가지 방식, 복잡한 유형의 표현인 공시적 방식으로 혹은 역사적 축에 따른 통시적 방식으로 이론사를 따라가도록 하겠다.
게다가 이 책이 취한 입장 또한 명료하다. 우리는 전통의 후류 後流 sillage d’une traduction에 속하지만, 역사적 혹은 유형적으로 재구성함에 있어서는 계단의 정신 esprit d’escalier8이다. ‘전통의 후류’라고 칭한 이유는 이 책에서 검토된 이론은 오늘날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비록 대조적이며, 멀리서 외치는 메아리 같다 할지라도, 이론은 여전히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결정짓는다. ‘계단의 정신’이라 칭한 이유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인 시선이 오늘날의 역사에 속하며, 또한 선택된 시선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책이 여전히 냉철하거나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두에, 우리는 이론의 필연성과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발라즈의 문구를 인용했다. 그것은 아마도 ‘미래가 없는 발명품’이라고 영화를 규정했던 뤼미에르Lumiere 형제의 예언에 대한 반사적인 대답일 것이다. 이를 좀 더 진척시켜서, 우리는 영화이론이 어떤 형태로 혹은 어떤 결과로 드러나는지 검토할 것이다. 우리를 안내할 본질적인 두 요소는 필연성과 필요성일 것이다.
각주)-----------------
예컨대, 1977년과 1982년의 ≪스크린(Screen)≫의 경우이다. 1984년에 돈, 멜런캠프 & 윌리엄스(Doane, Mellencamp & Williams), 1988년에 펜리(Penley), 1991년에 브루노 & 나도티(Bruno & Nadotti)에 의해 발간된 페미니즘에 관한 글모음을 예로 들 수 있다. 일상어와 인식론적 성찰 속에서 볼 때, 이론이란 용어는 종종 단계적인 상황에 비례 한다. 첫 번째로, 이론은 실재(reel)에 대해 말하거나 관찰하는, 어휘, 믿음, 의견의 규합이다. 두 번째로, 이론은 학술적 계획이다. 최근의 흐름인 세 번째는 이론이 일련의 사실을 예견하며 설명하려는 일관되고 공리적인 구성체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영화이론’이란 용어가 각각의 의미를 어떻게 지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또한 학술적 이론이 단지 세 번째 의미로 이해되며, 이런 모델에 상응하지 않는 영화이론을 파괴하려고 애쓴다는 점에서, 캐롤(Carrol)의 책(1988b)과 같은 몇몇의 이론이 사유하는 것과는 다른 경향을 살펴볼 것이다. 브레송(Bresson)이나 타르코프스키(Tarkovsky)처럼, 작업의 궁극성에 이르는 데 도움이 되는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이론의 양상은 1989년 그리냐피니(Grignaffini)가 특별히 강조했다. 여기서 사용된 ‘기계적 체계(machine)’는 메츠(Metz)가 그의 저서 속에서(1977) 제안한 ‘machine’에 의거한다. [역주] 우선 메츠는, 영화의 사회-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합당한 대상(bon objet)’으로서 영화와 관객의 관계는 아주 본질적이라고 언급하면서, 영화산업(혹은 상업영화)보다 더 넓은 의미로 영화적 제도(Institution cinematographique)를 설명한다. 그의 논조에 따르면, 영화적 제도는 관객 수에 따른 영화산업으로서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러 가는 관습(정신적 장치)으로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이중적인 유연(類緣)관계(double parente), 즉 영화의 재정적 메커니즘과 관객의 심리적 측면으로 고려된다고 한다. 따라서 산업으로서의 영화는 외적인 기계적 체계(machine exterieure)이며, 관객의 심리적 측면은 내적인 기계적 체계(machine interieure)이다. 여기에서 마치 소쉬르(Saussure)가 〈일반 언어학 강의〉에서 언어(랑그)를 추상적인 언어 체계라고 규정하고, 언어학을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규정하듯이, 메츠는 보다 폭넓게 영화와 관객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체계를 두 가지로 나누면서 machin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때, machine이라는 말은, 서양 철학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machine, 혹은 organe (기관(器官)) 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맥락에서 볼 때,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기계 또는 유기적이며 조직적인 체계를 의미하는 것 같다. 따라서 역자는 machine이라는 용어를 ‘기계적 체계’로 번역한다. 크리스티앙 메츠(Christian Metz), 〈상상적 기표: 영화와 정신분석학(Le signifiant imaginaire: Psychanalyse et cinema)〉, Paris: Christian Bourgois Editeur, 1993. 13~16쪽. 연구 논의된 파노라마가 특히 유럽-미국의 파노라마에 집중되어 있는지 설명할 것이다.
[역주] ‘일이 끝나고 나서 했어야 할 일이나 말이 생각나다’라는 의미로, 여기서는 시간이나 사건이 지난 다음에 깨닫게 되는 정신을 의미한다.
역자 서문
에두아르 마네의 〈철도역〉에서 사라진 열차가 1895년에 ‘씨오타’ 역에 도착하는 장면을 보고 관객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일화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이다. 그들은 움직이는 대상에 놀라움과 호기심을 표명하며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열광했다. 타 예술, 특히 회화와 사진의 영향은 새로운 매체에 활력을 부여하였고, 여흥과 오락의 차원에서 영화는 대중적인 예술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흥분도 잠시 영화는 오락적이고 대중적인 속성을 벗어나 사물과 현상의 개념적 정의에 예술적이고 학문적인 태도를 견지하기 시작하며 제7예술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하나의 ‘학문’으로서의 영화학은 이제 여흥이나 오락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분석과 연구의 대상이며 동시에 타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학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1945년 이후 영화는 하나의 담론으로서의 영화 그 자체를 밝혀내며,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질문을 야기한다. 예컨대, 도대체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어떻게 접근해야하는가? 영화가 양산해내는 양태가 우리 사회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등의 질문을 쏟아내며 영화가 하나의 이론으로서 기능하기 시작한다. 저자 카세티는 역사적 자료체를 통해 영화가 연구의 대상이자 미래에도 꾸준히 성찰되어야 할 학문임을 주장하면서, 영화이론을 존재론적/방법론적/해석학적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세계 영화이론의 지형도를 그려낸다. 또한 그는 영화이론을 정립함에 있어서 영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분석하면서 개별적 사유보다는 널리 유포되고 통용되며 검증된 콘텍스트를 또한 자족적이고 추상적인 사유가 아닌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이 책은 1945년 이전의 영화 연구가 ‘영화 이미지’, 즉 영화에 대한 일반적 담론이었다면, 2차대전 이후의 영화 담론은 ‘성찰의 유형’, 즉 영화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랫동안 미학적으로 평가된 작가세계와 비교하거나 혹은 문화적 콘텍스트와 연계된 영화작품의 역사를 단순히 소개하지 않으며, 영화를 주제로 성찰되고 숙고된 담론들을 다소 복잡하게 그물망처럼 엮어서 다양한 관점의 논의를 제시하고 있다. 메츠의 용어를 인용한 그의 논지에 따르면, 오늘날 영화사는 영화제작과 연계된 산업적인 ‘기계적 체계 machine’, 영화의 이해와 소비에 연계된 심리적인 ‘기계적 체계’, 마지막으로 영화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려는 담론적인 ‘기계적 체계’이다. 그 가운데 특히 담론적인 ‘기계적 체계’는 영화 그 자체를 이론화할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삼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의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통용되고 검증된 영화 관련의 다양한 담론을 토대로 카세티가 그려낸 세계 영화이론의 지형도는 미국과 유럽에 걸쳐 2차대전 이후에 발전된 영화이론을 총체적으로 다루며, 역사적인 동시에 인식론적인 전망을 잘 보여준다. 예컨대, 영화 초창기부터 누벨바그를 거쳐 동시대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또한 영화미학의 역사와 연관된 이론(인식의 현상학, 대중사회학, 영화기호학, 영화관객에 대한 정신분석이론, 사회문화적 역사, 스펙터클의 이데올로기 등)을 펼쳐 보이며, 50년간 영화이론의 모든 접근방식을 제안한다. 유럽비평가 및 평론가에게 영화미학에 관한 저서 중 가장 완벽하다고 칭송받는 이 책은 따분하고 어려운 이론의 흐름을 풍부한 해설과 주석, 상세한 설명으로 대체하고 있다.
역자들의 능력 부족이겠지만 번역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토론과 수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번역본을 꼼꼼히 읽어보고 보완하는데 도움을 주신 인문영상연구소와 홍영주, 김월덕 선생에게 감사를 드린다. 게다가 본 역서의 심사를 맡은 위원들의 날카롭고 정확한 지적사항 또한 본 역서의 충실한 번역에 이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출판을 맡아준 한국문화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저자 카세티가 집대성한 이론적 틀은 한국 영화이론의 틀이 여전히 갖춰지지 못한 우리 현실에 큰 도움이 되리라 사료된다. 한국영화이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영화를 하나의 학문으로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본 역서는 보다 많은 영화학도들이 영화이론에 대해 토론하고 더 나아가 한국 영화이론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