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제1부 눈이 삐다
나무의 꿈
반성문
문제아
학생부
우정의 온도
눈이 삐다
응
호모 파베르
도둑 일기
공터
프리지아 글라디올러스 빼빼로데이
푸른색으로부터 푸른색을 풀어 주자
검정의 감정
나무와 나무는
떠나지 않는 여행자
쓸모없는 녀석
포옹
제2부 고양이의 시간
고양이의 시간
소로 향연필
냉이꽃 한 송이 때문에
연두의 나이
억 몇천만 년 하고 년을 더 산 소년
나의 친구 뚱보
지구별 과대망상가 연합
사물들
악기들
웃는 돌
모든 별은 혼자서 반짝인다
겨울 별
천문대
안 좋은 날씨는 없어
별
제3부 나의 첫 외박
집중
거지 이야기
나의 첫 외박
내 마음의 쿤타킨테
소년
소년
소년
소년
소년
흔들의자
너에게
장래 소망
봄은 자꾸 와도 새봄
기도만을 위한 기도
수피아 여자중학교의 히말라야시다에게
흰둥이 생각
시인과 시인의 대화│손택수·박성우
시인의 말
[출판사 서평]
“나는 내 안의 소년에게로 끝없이 귀환하려 한다.”
교과서 수록 시 「흰둥이 생각」을 쓴 손택수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
손택수 시인은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중견 시인이지만, 사실 늘 청소년 곁에 있었던 시인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은 이미 교과서에 수록된 시 「흰둥이 생각」으로 손택수 시인을 먼저 만났다. 시인은 잡지 『청소년문학』의 편집위원이었기도 하고, 청소년 도서를 집필하거나 기획하기도 했다. 지금도 전국 곳곳 학교에서 강연을 하며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을 향한 시인의 애정은 각별하다. 손택수 시인은 청소년들에게 “자꾸 와도 새봄인 봄처럼/태어나고 다시 태어”(「봄은 자꾸 와도 새봄」, 98~99쪽)나자고, 자기 안에 소년·소녀를 잃지 말자며 이 시집을 보낸다.
손택수 시인은 1~3부 48편의 시를 통해 우리 모두가 잊지 않고 지향해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그려 보인다. 그것은 혼자 눈물 흘리다 본 별이기도 하고, 어른들이 꾸지람하기 딱 좋은 쓸모없는 질문들, 또 어린 시절 철없던 제 모습을 돌아보며 느끼는 부끄러움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쓸모없는 것’, 그래서 ‘아무도 읽지 않는 시’가 되기 쉽지만 시인은 하늘과 별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마음에서 내 안의 괴물을 물리칠 힘을 얻는다.
“(소년 소녀들의 시사詩史에) 언감생심 졸작들을 얹어 볼 생각을 한 것은, 직접적으론 세월호 참극을 겪으면서 학생들 앞에 서기가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었어. 학교에 특강을 가면 학생들 눈을 보기가 힘들었어. 학생들이 다 세월호 학생들로 보였던 거야. 이번 시집의 「소년 2」이나 ‘지금의 노래’란 부제를 단 연작들이 그 영향에서 나온 작품들이라고 하겠네. 말하자면, 그런 경험 속에서 내가 그동안 잊고 지낸 내 안의 소년을 불러 본 거야. 내 안의 소년을 잃어버리면서 내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지를 알겠더군. 아름다운 사람들은 왠지 자기 안의 소년을 잃지 않고 살아갈 것 같아. 우리의 ‘오래된 미래’, 소년은 그러니까 적어도 내겐 간단없이 화두로 삼고 지향해야 할 어떤 가치 같은 것이지. 이것이 청소년시, 아니 시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어”
― 「시인과 시인의 대담 ―손택수·박성우」에서(119~110쪽)
소년, 나다운 ‘나’를 찾다!
내 안의 첫 소년을 찾아 떠나...“나는 내 안의 소년에게로 끝없이 귀환하려 한다.”
교과서 수록 시 「흰둥이 생각」을 쓴 손택수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
손택수 시인은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중견 시인이지만, 사실 늘 청소년 곁에 있었던 시인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은 이미 교과서에 수록된 시 「흰둥이 생각」으로 손택수 시인을 먼저 만났다. 시인은 잡지 『청소년문학』의 편집위원이었기도 하고, 청소년 도서를 집필하거나 기획하기도 했다. 지금도 전국 곳곳 학교에서 강연을 하며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을 향한 시인의 애정은 각별하다. 손택수 시인은 청소년들에게 “자꾸 와도 새봄인 봄처럼/태어나고 다시 태어”(「봄은 자꾸 와도 새봄」, 98~99쪽)나자고, 자기 안에 소년·소녀를 잃지 말자며 이 시집을 보낸다.
손택수 시인은 1~3부 48편의 시를 통해 우리 모두가 잊지 않고 지향해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그려 보인다. 그것은 혼자 눈물 흘리다 본 별이기도 하고, 어른들이 꾸지람하기 딱 좋은 쓸모없는 질문들, 또 어린 시절 철없던 제 모습을 돌아보며 느끼는 부끄러움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쓸모없는 것’, 그래서 ‘아무도 읽지 않는 시’가 되기 쉽지만 시인은 하늘과 별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마음에서 내 안의 괴물을 물리칠 힘을 얻는다.
“(소년 소녀들의 시사詩史에) 언감생심 졸작들을 얹어 볼 생각을 한 것은, 직접적으론 세월호 참극을 겪으면서 학생들 앞에 서기가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었어. 학교에 특강을 가면 학생들 눈을 보기가 힘들었어. 학생들이 다 세월호 학생들로 보였던 거야. 이번 시집의 「소년 2」이나 ‘지금의 노래’란 부제를 단 연작들이 그 영향에서 나온 작품들이라고 하겠네. 말하자면, 그런 경험 속에서 내가 그동안 잊고 지낸 내 안의 소년을 불러 본 거야. 내 안의 소년을 잃어버리면서 내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지를 알겠더군. 아름다운 사람들은 왠지 자기 안의 소년을 잃지 않고 살아갈 것 같아. 우리의 ‘오래된 미래’, 소년은 그러니까 적어도 내겐 간단없이 화두로 삼고 지향해야 할 어떤 가치 같은 것이지. 이것이 청소년시, 아니 시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어”
― 「시인과 시인의 대담 ―손택수·박성우」에서(119~110쪽)
소년, 나다운 ‘나’를 찾다!
내 안의 첫 소년을 찾아 떠나는 여행
소년은 시인이 되기로 작정하고 태어났다. “바위산을 보면 하늘로 오르는 흰 고래”를 떠올리는 소년(「쓸모없는 녀석」, 34쪽)은 땅속에서만 자라는 나무와 하늘 위에서만 사는 새와 과대망상가 연합(「지구별 과대망상가 연합」, 50~52쪽)을 결성해 골방에 가만 앉아 여행을 떠난다. 이 떠나지 않는 여행자는 결국 엄격하게 쓸모를 따지는 이 세상이 강물과 모래를 아름다움이 아니라 돈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는 무서운 비밀을 깨닫고 만다.
잘하는 건 없어요. 취미요? 글쎄요, 그냥 숨어 있기를 좋아해요. 단칸방도 너무 헐거워서 어릴 땐 장롱 속에 들어가 있을 때가 많았죠. 지하철에 가면 노숙자 아저씨들도 종이 박스 속에 들어가 잠을 자잖아요? 그분들처럼 집에서도 노숙을 한 셈이죠. 하지만 어른들이 돌아올 때쯤이면 깨어났어요. 혼자서 하루를 보내는 아이의 외로움을 호소하거나 징징거리는 궁상을 떨긴 싫었거든요.
― 손택수, 「소년 4」 부분(88~89쪽)
난 떠나지 않는 여행자야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돌 하나, 나뭇잎 하나를
찬찬히 지켜볼래
돌멩이의 주름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 주름은 어느 바위
산에서 떨어져 나올 때의 흔적일까
주름 따라 산도 가고 강도 가고
돌멩이를 쪼던 바람도 따라가 보는 거지
나뭇잎 속의 무늬는
지문 같고 지도의 등고선 같아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지
― 「떠나지 않는 여행자」 부분(32~33쪽)
나는 틀림없이 쓸모없는 녀석
창문 밖 나비에 한눈을 팔다가 핀잔이나 듣는 녀석
쓸모도 없이 나는 어떻게 사나
점수도 되고 양식도 되고 돈도 되는
쓸모로 가득 찬 세상
쓸모없는 나는 적어도
강과 바위와 나무를 망치는 일은 하지 않아야겠는데
모가 나서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순간들을 영영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겠는데
― 「쓸모없는 녀석」 부분(34~35쪽)
이 비밀 앞에 소년은 결심한다. “너는 너의 섬이 되어라/나는 나의 섬이 되겠다”(「모든 별은 혼자서 반짝인다」, 62~63쪽). 그리고 소년은 자기만의 호흡으로 자기 삶을, 세상을 살핀다. 나무는 뭔가가 되려고 하지 않아도, 아무렇게나 자라도 나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장래 소망」, 96~97쪽). 이 소년은 별과 눈 맞춤 하고, 별과 함께 흐르기에 외롭지 않다(「겨울 별」, 64~65쪽). 자기 안의 소년을 찾은 시인은 내 안의 소년을 찾는 것이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일임을 당부한다.
“시를 읽다 보면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그림이 그려져요.”
손택수 시인, 청소년시에 서정을 더하다
『나의 첫 소년』을 읽다 보면 시마다 그림이 그려진다. 이가 득시글거리는 거지와의 겸상을 하게 된 소년은 그 상황을 참을 수 없어 밥상을 발로 차 버린다(「거지 이야기」, 74쪽). 또 너는 왜 그렇게 눈치가 없느냐며 부모님이 등을 떠미는 바람에 집을 나선 후 같은 처지의 친구와 만나 착잡한 눈빛을 나누며 별을 세던 밤(「나의 첫 외박」, 76쪽)을 잊을 수 없다. 30년이 지난 후에야 어린 시절 자신이 까마귀라 놀려 댄 친구가 사실은 연탄을 배달하며 사람들의 겨울을 지켜 왔음을 알고 부끄러움을 느낀다(「내 마음의 쿤타킨테」, 78쪽). 이처럼 시인이 그려 낸 그림은 따뜻하면서도 시큰하다.
전봇대
강아지의 화장실. 서낭당 돌무지처럼 종량제 봉투가 무덤을 이루기도 한다. 월세방 있음, 직원 구함, 강아지를 찾습니다, 광고판도 되고 게시판도 된다. 등이 켜지면 방범 순찰대원의 플래시. 전봇대에 기대 흐느껴 우는 사람에겐 더없는 치유력을 가졌다. 그때 전봇대는 어떤 위로의 말도 없이 그저 그의 곁을 지키며 서 있을 뿐. 그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말없이 하늘을 지켜보고 있을 뿐
― 「사물들」 부분(53~57쪽)
학교를 졸업한 지 30년.
사진작가와 함께 취재차 연탄 보급소를 찾았을 때였다.
그곳은 우연히도 내가 소년 시절을 보낸 마을 부근이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연탄 보급소는 근동에 유일하게 남은 보급소였다.
40년이 넘었다는 이 보급소는 그 연륜도 연륜이지만
부녀가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더 유명했다.
“갸가, 어렸을 때부터 참 착했제. 학교만 마치면 집에 와서 아버지 연탄 수레를 안 밀었나.
이 동네 사람들 치고 그 집 딸내미 도움 없이 겨울 난 사람 없을 끼다 아마. 하모, 지금도 독거노인들한테는 한 장당 쪼매씩 싸게 배달한다 카더마. 그 집 문 닫으면 큰일이다 아이가.”
마침 생탄을 말리고 있던 그녀 앞에서 나는 뚝, 얼어붙고 말았다.
‘말순이 말순이 쿤타킨테 말순이 손톱 밑에 까마귀가 까옥까옥’
볕 좋은 날 생탄을 말려 놓아야 불이 잘 타고 무게도 400그램 정도 줄어든다고,
그래야 유독가스도 덜하다고, 조근조근 들려주는 그녀 앞에서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우리의 겨울을 지켜 준 손톱 밑 탄재가
서른 해 전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내 마음의 쿤타킨테」 부분(78~81쪽)
『나의 첫 소년』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놓칠 수가 없어 첫 행부터 마지막 행까지 찬찬히 읽어 가게 된다.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하고 그다음을 상상한다. 차라리 “좀 더 낡아서 아예 묵은 상태로 발효되어 버리자.”는 고집을 부리겠다는 손택수 시인만의 목소리가 이 시집에도 아낌없이 녹아들어 청소년시에 서정을 더한다.